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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감, 우울증을 끌어안고 지금도 관리하고 극복해가고 있다는 분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하려 합니다. '난 극복했어'라고 말하는 분들도 있지만, 아직 그분들을 보면 마음이 마냥 편하지만은 않습니다. 구김 없던 제 자신으로  돌아오지 못했다는 소리이기도 하죠. 조금은 불편하지만, 그분들이 있어서 다행입니다. 제가 하는 포스팅이 누군가에게는 그러하길 바랍니다.

 

 

 

제가 하는 노력은 '나는 완벽해야 해'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걸 알아차릴 때마다 저한테 다시 물어보려고 해요. '내가 완벽해야 되나? 진짜 사람들이 나를 미워할까? 내가 다른 사람들이 실수하는 걸 봤을 때 어땠지? 그렇다고 그 사람을 미워했었나?' 생각해봐요.(....) '이게 정말 나한테 도움이 되는 생각인가? 합리적인 생각인가?' 물어보는 거죠. 이렇게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알아차리고 고치고 지속하는 건 참 어려운 일이에요.


그런데 이것보다 훨씬 더 더 어려운 노력이 있었어요. 그건 바로 우울한 저를 받아들이는 거였어요. 저는 굉장히 오랫동안 우울한 제가 싫었어요. 우울증이란 게 절대 아름답지가 않거든요. 무기력해서 널브러져 있거나 부정적인 생각 때문에 잔뜩 날카로워져 있고. 그런 스스로의 모습이 싫어요. 그런 스스로의 모습을 싫어하는 제가 부끄러워요. 전 우울증에서 빠져나오기 위해서 정말 많이 노력했어요. 그런데 우울증은 돌아오더라고요.  돌아올 때마다 한 번도 벗어난 적 없는 것 같고. 다시 돌아올 때마다 내 마음속에서 '지금 우울해 지금 불안해 ' 하는 목소리가 들릴 때마다 저는 저한테 화를 냈어요.'언제까지 그럴 거야. 지긋지긋해. 제발 감정에 휘둘리는 사람이 되지 마.' 이 얘기를 상담 선생님한테 하니까 상담 선생님이 이렇게 물어보더라고요. 만약 네가 좋아하는 친구가 정신적으로 힘든데 네가 그렇게 말했겠냐고. 그런데 저는 저한테는 그렇게 하고 있었어요. 아프고 불안한 내가 너무 싫고 한심하다고. 숨기고 싶다고.


우울증을 완전히 극복할 순 없었어요. 저는 스스로를 사랑하지는 못하더라도 인정하고 받아들이기로 했어요.... 우울증이 있어서 '부정적인 생각을 할 때도 많고 감정 기복에 시달릴 때도 많아. 그래 그렇구나. 그건 나쁜 게 아냐. 근데 그 와중에도 자기 삶을 포기하지 않고 계속 돌보려고 노력하고 포기하지 않는 것. 그건 멋진 거야.' 그 노력은 제가 너무 혐오했던 우울증이 있는 제 일부를 끌어안고 화해하는 일이었어요.... 여기 계신 분들 중 안경을 쓰신 분들과 얘길 할 기회가 있다면 전 안경을 쓴 사람으로만 기억하지는 않을 거예요. 왜냐면 나쁜 시력이 여러분의 전부는 아니니까요. 저도 우울증이 제 부실한 상처처럼, 잘 썩는 치아처럼 인생의 부정할 수 없는 일부이지만 그렇다고 제 전부는 아니에요.
[출처: 이서현 「어차피 내 마음입니다. 」 저자_ 심리상담센터 운영자 _세바시 강연 중에서..]

 

 

 

 

 

김현경 씨는 우울증(조울증)을 갖고 있다. 정신병원 폐쇄병동에서 한 달 정도 입원 치료를 하게 되었다. 그녀는 그곳에서 쓴 일기를  책 「폐쇄 병동으로의 휴가」으로 펴내고 북 토크를 열었다. 아래는 북 토크에서 그녀가 말이다.

 

폐쇄 병동이라는 곳이 내가 생각하기에는 중환자실 같은 곳.(폐쇄병동은) 정신과적으로 어려운 사람들한테 반드시 필요한 공간인데, 이 환자들을 사회에서 격리시키는 게 아니라, 사회로부터 보호하는 공간이다. 이런 생각이 들어서 좀 내가 먼저 얘기를 하면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얼마 전에 얘기를 하다가 무균실 같다는 얘기를 했었는데, 그 안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책 읽기랑 TV보기, 탁구, 피아노 치기 이 정도가 끝이었어요(.....)그리고 '여기서는 아무랑도 친해지지 말아야겠다.' 생각하고 있는데 두 번째 날부터 바로 친한 친구가 생겼습니다.


(책 내용 중에서..) 여자는 내게 왜 이곳에 들어왔냐고 물었다. "술 먹고 죽으려고 했어요" 짧게 대답했다. 드레싱 한 여자의 이유는 척 봐도 알 것 같았는데 나도 왜인지 물었다. 언니가 옆에 앉았다. 또 늘었난 할퀸 자국. 나는 피아노 앞에서 말했다. "언니. 있죠. 내가 예전에 했던 인터뷰에서 누가 이러대요. 제정신으로 살아가기 힘들 수밖에 없는 세상인데, 보통 사람들은 그걸 남한테 풀어요. 그런데 착한 사람들은 그럴 때, 자신을 탓하고 할퀴고 죽이는 거래요."
[출처: 다큐 시선_우울증이 어때서요?]

 

 

학창 시절 유난히 밝다가 금세 내 옆으로 와 힘든 내색을 보이던 친구가 있었다. 나 정신병원에 있었는데 거기서 탁구 쳤다고 아무렇지 않게  말을 하던 아이였다. 좀처럼 좀 잡을 수 없다 생각했다. 지금은 정신에너지가 그랬었구나 싶지만, 그때는 이해하지 못했다. 유난히 어두운 아이를 볼 때면, 어두운 안색을 보며 뭐가 저리 힘들까? 생각했다. 궁금하기도 했고, 가까이 다가오면 부담스럽기도 했다. 내가 도와줘야만 하는 친구처럼 생각되기도 했다. 그리고 때론 옆에 있으면 힘들기도 했다. 지금은 알고 있다. 그들이 묵묵히 견뎌내고 있었다는 걸. 

 

 

우울증 관련 포스팅을 하기로 마음먹은 지는 며칠이 지났다. 예전처럼 할 거야! 하고 시작해도 정말 며칠의 시간이 되는 건 신기한 노릇이다. 망설여진다. 내가 지금 무얼 하고 있는지 자꾸 붙잡아야 한다. 원래 멍 때리는 시간이 꼭 필요한 나였지만 일의 진척이 없으니 말이다. '이런 나 이대로 괜찮은가?'_ 이어서 우울증 증상과 진단에 대해서 올릴 예정이다.

 

 

2019/10/12 - [마음 건강] - 우울증의 원인_ '학습된 무기력'에 관하여

 

우울증의 원인_ '학습된 무기력'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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